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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도시, 로토루아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3] ㉘성숙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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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로토루아(Rotorua)에 도착해 캠핑장을 찾아갔는데 관리인이 퇴근하고 없었다. 관리실 창문에 쓰인 안내에 따라 비용은 나중에 지불하기로 하고 우선 텐트를 쳤다.
로토루아의 아침 캠핑장은 을씨년스럽고 톡 쏘는 유황 냄새로 낯설었다.
“텐트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어요.” 텐트를 나오면서 만능 키가 말했다.
“아니 왜요?” 영문을 몰라 물었다.
“땅바닥이 뜨거워서요. 어젯밤 어두워서 제대로 못 보고 자리를 잡았는데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만능 키가 텐트 바닥을 들추며 말했다.
가까이 가보니 잔디가 다른 곳과 달리 누렇고, 흙은 회색 빛깔을 띠고 있었다. 손바닥을 대보니 달궈진 구들장 같았다.
“와∼, 이거 보세요.” 추니가 캠핑장 울타리 밑을 가리켰다.
‘쿨럭, 쿠르럭.‘ 땅속에서 진흙이 솟구치고 있었다. ‘참 이상한 동네다.’ 로토루아가 활화산 지대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신기했다.
바위틈에서도, 가정집 울타리 밑에서도, 개울 한가운데서도, 고목나무 밑에서도 하얀 수증기를 내뿜고 있었다.
‘정말 뜨거울까?’ 손을 가까이 댔다가 하마터면 델 뻔했다. 이런 열탕 속에서 나무도 자라고, 풀도 자라고 있었다.
추니가 내일 아침에 꺼내보겠다며 캠핑장 울타리 밑에 달걀 네 개를 묻었다.
점심으로 항이(hangi)라는 마오리족 전통 음식을 먹었다. 감자와 닭고기, 호박을 으깨 나뭇잎에 싸서 뜨거운 땅속에 묻어 익힌 음식이었다. 고소하다. 느끼하지 않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오후엔 캠핑장에서 정보를 얻어 로토루아의 온천 명소 테 푸이아(Te Puia)를 찾아갔다. 입장료는 온천 탐방과 원주민 마오리족 공연 관람을 포함해 1인당 육십육 달러(오만오천 원)인데 캠핑장에서 준 쿠폰을 제시해 10퍼센트 할인받았다. 자전거는 정문 왼쪽에 세워두고 열쇠로 잠갔다.
테 푸이아는 남반부 최대 크기의 간헐천인 ‘포호투’에서 30미터 높이로 뜨거운 물을 분출하고 있었다. 때마침 부는 바람에 물보라가 100미터 떨어진 나한테까지 흩날렸다.
간헐천을 지나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 시작 전 마오리 족장으로 보이는 공연 인물이 광장에 나와 ‘키아오라(Kia ora)’라고 외치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객 중 한 사람과 이마와 코를 맞대고 인사를 나눴다. 서로 숨결을 가까이한다는 홍이(Hongi)라는 인사법이란다.
200석 크기의 공연장이 가득 찼다. 하카(Haka)라고 불리는 민속춤이 시작됐다. 마오리족 병사가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승리를 기원하며 추었다는 이 춤은 온몸에 문신을 한 마오리족 전사가 긴 막대 창을 휘두르며 다리를 길게 벌리고 서서 고함치며, 손바닥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내려치고 가슴을 두드려댔다.
검은 피부에 큰 눈 부릅뜨고 혀를 길게 내밀어 관객들을 위협하는 모습은 가히 위압적이었다. 나는 공연 장면을 사진에 담느라 바빴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폴리네시아 해양 종족으로 12세기경부터 태평양 어딘가에서 이주하기 시작했고, 이후 14세기 유럽인들이 배를 타고 들어오기 전까지 50만 명이었던 마오리족 인구가 19세기 말에는 4만 명으로 격감했다고 한다.
1840년부터 32년간 영국인이 마오리족과 벌인 전쟁은 그야말로 토지 쟁탈전이었단다. 하지만 마오리 왕이 살던 이곳 로토루아 지역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영국인들의 침입이 어려워 지금도 이곳엔 마오리족이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평화롭던 마을에서 난데없는 침입자들을 만나 공포와 증오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던 마오리족 조상들의 투혼을 살린 공연자의 몸짓이 애처로워 보였다.
공연 중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렸다. 알고 보니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라는 뉴질랜드 민요가「연가」라는 노래로 번안되어 우리나라에 알려진 곡이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그대만을 기다리리….”
이 노래는 마오리족의 전설과 사랑이 담긴 노래였다. 육지에 사는 부족장의 딸 히네모아가 타우포 호수 안에 있는 모코이아 섬에 사는 투타네카이의 피리 소리에 반해 짝사랑을 하게 됐단다.
그 당시 이 두 부족은 사이가 좋지 않아 사랑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상사병을 앓던 히네모아는 어느 추운 겨울밤에 섬으로 헤엄쳐 건너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끝내 결혼을 하게 됐단다. 이로 인해 두 부락은 화해를 하게 된다는 ‘마오리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최광철 여행작가·방송인
출처: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47637&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09T0
로토루아의 아침 캠핑장은 을씨년스럽고 톡 쏘는 유황 냄새로 낯설었다.
“텐트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어요.” 텐트를 나오면서 만능 키가 말했다.
“아니 왜요?” 영문을 몰라 물었다.
“땅바닥이 뜨거워서요. 어젯밤 어두워서 제대로 못 보고 자리를 잡았는데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만능 키가 텐트 바닥을 들추며 말했다.
가까이 가보니 잔디가 다른 곳과 달리 누렇고, 흙은 회색 빛깔을 띠고 있었다. 손바닥을 대보니 달궈진 구들장 같았다.
“와∼, 이거 보세요.” 추니가 캠핑장 울타리 밑을 가리켰다.
‘쿨럭, 쿠르럭.‘ 땅속에서 진흙이 솟구치고 있었다. ‘참 이상한 동네다.’ 로토루아가 활화산 지대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신기했다.
바위틈에서도, 가정집 울타리 밑에서도, 개울 한가운데서도, 고목나무 밑에서도 하얀 수증기를 내뿜고 있었다.
‘정말 뜨거울까?’ 손을 가까이 댔다가 하마터면 델 뻔했다. 이런 열탕 속에서 나무도 자라고, 풀도 자라고 있었다.
추니가 내일 아침에 꺼내보겠다며 캠핑장 울타리 밑에 달걀 네 개를 묻었다.
점심으로 항이(hangi)라는 마오리족 전통 음식을 먹었다. 감자와 닭고기, 호박을 으깨 나뭇잎에 싸서 뜨거운 땅속에 묻어 익힌 음식이었다. 고소하다. 느끼하지 않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오후엔 캠핑장에서 정보를 얻어 로토루아의 온천 명소 테 푸이아(Te Puia)를 찾아갔다. 입장료는 온천 탐방과 원주민 마오리족 공연 관람을 포함해 1인당 육십육 달러(오만오천 원)인데 캠핑장에서 준 쿠폰을 제시해 10퍼센트 할인받았다. 자전거는 정문 왼쪽에 세워두고 열쇠로 잠갔다.
테 푸이아는 남반부 최대 크기의 간헐천인 ‘포호투’에서 30미터 높이로 뜨거운 물을 분출하고 있었다. 때마침 부는 바람에 물보라가 100미터 떨어진 나한테까지 흩날렸다.
간헐천을 지나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 시작 전 마오리 족장으로 보이는 공연 인물이 광장에 나와 ‘키아오라(Kia ora)’라고 외치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객 중 한 사람과 이마와 코를 맞대고 인사를 나눴다. 서로 숨결을 가까이한다는 홍이(Hongi)라는 인사법이란다.
200석 크기의 공연장이 가득 찼다. 하카(Haka)라고 불리는 민속춤이 시작됐다. 마오리족 병사가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승리를 기원하며 추었다는 이 춤은 온몸에 문신을 한 마오리족 전사가 긴 막대 창을 휘두르며 다리를 길게 벌리고 서서 고함치며, 손바닥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내려치고 가슴을 두드려댔다.
검은 피부에 큰 눈 부릅뜨고 혀를 길게 내밀어 관객들을 위협하는 모습은 가히 위압적이었다. 나는 공연 장면을 사진에 담느라 바빴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폴리네시아 해양 종족으로 12세기경부터 태평양 어딘가에서 이주하기 시작했고, 이후 14세기 유럽인들이 배를 타고 들어오기 전까지 50만 명이었던 마오리족 인구가 19세기 말에는 4만 명으로 격감했다고 한다.
1840년부터 32년간 영국인이 마오리족과 벌인 전쟁은 그야말로 토지 쟁탈전이었단다. 하지만 마오리 왕이 살던 이곳 로토루아 지역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영국인들의 침입이 어려워 지금도 이곳엔 마오리족이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평화롭던 마을에서 난데없는 침입자들을 만나 공포와 증오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던 마오리족 조상들의 투혼을 살린 공연자의 몸짓이 애처로워 보였다.
공연 중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렸다. 알고 보니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라는 뉴질랜드 민요가「연가」라는 노래로 번안되어 우리나라에 알려진 곡이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그대만을 기다리리….”
이 노래는 마오리족의 전설과 사랑이 담긴 노래였다. 육지에 사는 부족장의 딸 히네모아가 타우포 호수 안에 있는 모코이아 섬에 사는 투타네카이의 피리 소리에 반해 짝사랑을 하게 됐단다.
그 당시 이 두 부족은 사이가 좋지 않아 사랑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상사병을 앓던 히네모아는 어느 추운 겨울밤에 섬으로 헤엄쳐 건너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끝내 결혼을 하게 됐단다. 이로 인해 두 부락은 화해를 하게 된다는 ‘마오리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최광철 여행작가·방송인
출처: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47637&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09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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